

기축년 대한민력과 임진년대한민력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처음으로 만든 달력인 ‘대한민력’은 ‘대한민국’에서 발행한 책력冊曆 혹은 역서曆書, almanac, 달력이라는 뜻도 있지만, 민주공화국의 달력이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조선총독부의 ‘조선민력’에 대한 항일의 의지도 담고 있다.
이렇듯 국민과 함께하는 시간 흐름과 국가의 기념일,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국민주권을 보장하는 민주공화국 정부의 통치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임시정부의 대한민력은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다.
대한민력이 전하고자 했던 것들
대한민력은 양력을 기본으로 7요일을 사용하였다. 1월에서 6월까지는 매월 5, 6일과 20, 21, 22일에, 7월에서 12월까지는 7, 8일과 22, 23, 24일에 해당 월의 절기를 표기하였다. 3월 1일에는 ‘독립선언일’, 11월 12일(음 10월 3일)에는 ‘개천기원절’이라고 붉은색 글씨로 국경일을 표기하였다. 날짜에 차이가 나는 것은 경성을 표준시로 함으로써 나타난 현상이다. 5월 3일에는 어천절御天節(음 3월 15일), 7월 21일부터 초, 중, 말복, 8월 29일에는 국치일을 표시하여 기념일로 삼았다.
대한민력에서 음력, 절기, 달의 정보를 비중 있게 넣은 데는 만주에서 논농사를 개발하여 보급하는 등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임시정부의 군민들인 이주 한인들에게 농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대한민력-단기사이팔이년
독립국의 지위를 나타내며 민주공화정치를 담은 대한민력의 의의
대한민력은 임시정부의 첫 번째 달력으로 독립국으로서 통일된 시간체계를 공유하도록 발행하여 국민에게 배포되었다.
이는 임시정부가 ‘국민주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민주공화정치를 하였음을 보여주고 민주공화국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통치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다.
대한민력에 담긴 임시정부의 이상과 목표,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진공 그림으로 독립전쟁의 의지를 표명했다. 대한민력의 상단 가운데에는 독립문을 통과하여 국내로 진공하는 끝없는 군대행렬 그림이 있다. 1920년 독립전쟁의 원년으로 선포한 임시정부의 꿈을 그린 것이다.
둘째, 독립운동전선을 연계하는 시간통일의 지휘서이다. 조선총독부는 그들이 발매하는 ‘조선민력’이라는 식민지배에 적합한 시간기준만 사용하도록 강제함으로써 국민의 주권은 물론 문화까지 말살한다. 그래서 임시정부는 독자적인 시간기준인 대한민력을 제작 배포하여 세계 각지의 독립운동가와 단체, 국민들이 독립운동 작전을 수행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대한민력은 독립전쟁의 총지휘부인 임시정부에서 내린 시간을 일치시키는 작전지휘서이자 비밀지령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임시정부는 대한민력으로 세계 각지의 동포들을 연대하고, 독립적 시간정보를 제공하여 통일된 독립운동전선을 펼치고자 했다. 대한민력은 임시정부 최초의 민력으로, 이를 통해 독립을 염원하던 임시정부의 시간이 하나로 흐르는 역사인 순간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