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를 탈출하라.

일본군이 김구 선생님을 추격하고 임시정부 요인들을 잡아 들이고 있다.

윤봉길 의사의 상해 홍구공원 의거로 상해 우리 임시정부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일본군은 임시 정부 청사에까지 들이닥치는 등 김구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이후 임시 정부를 지키기 위해 상하이를 떠나 고난의 이동 생활을 시작했다.

상해 주재 일본 군경들이 경찰을 앞세워 마구잡이로 조선인 체포작전을 전개한 것이다. 홍커우공원 의거 사실이 당일 오후에 신문호외로 세상에 알려지기 직전, 김구 선생은 곧 이동녕 국무에게 거사의 자초지종을 보고하고 안공근, 엄항섭 등과 함께 일단 미국인 피치(費吾生) 씨 집으로 피신하였다.

피치 씨 가족은 선대 때부터 임시정부 요원들에게 이층 방을 내주면서 환영하였다. 특히 피치 부인은 지극한 정성으로 이들을 대접하였다.

1932년 5월 10일 이봉창, 윤봉길 의사 의거의 진상을 밝히고 계획한 사람은 김구라는 장문의 발표문을 작성하게 하고 이를 피치 여사에게 부탁하여 영문으로 번역한 후 상해의 로이터통신 지국으로 발송하여 온 세상에 알렸다.

일본은 김구 선생 체포에 현상금 60만원을 내걸었다. 60만원은 당시 노동자 급여가 월 30원 정도였으니 엄청난 금액이었다. 곧 피치 씨 집도 일경의 감시 대상에 들어간 것을 알게 된 일행은 임시정부 대중외교 담당 국무위원으로 중국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중국 각계의 저명인사를 많이 알고 있는 박찬익(朴贊翊)에게 연락, 일행의 피신처를 알아보도록 한 후, 즉시 피치 씨 집을 탈출하기로 계획을 세운다.
피치 부인의 아이디어로 김구 선생과 피치부인은 부부로 가장하여 자기네 자가용 뒷좌석에 앉고 피치 씨는 운전사가 되어 집을 빠져 나왔다. 나오면서 보니 주변에 일경들은 보이지 않았으나 프랑스, 러시아, 중국인 염탐꾼들이 사방에서 집을 에워싸고 있었다. 자동차는 프랑스 조계를 벗어나 중국지역으로 들어 간 후 곧 기차역으로 가서 열차편으로 가흥으로의 탈출에 성공하였다.